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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공연

2020.11/1(일) 15:00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by 에이라인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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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서론임. 공연 후기는 구분선 바로 뒤부터.] 

          부산 표가 없어서 슬픈 주말을 보내고… 결국 토요일 밤 11시쯤 부산-서울 열차는 놔두고 (왜냐하면 이건 기대값 상 혹시 만약 가게 됐을 때를 대비해서 취소수수료 무는 게 낫기 때문이다), OO-부산 낮 11시로 예매해뒀던 케이티엑스를 취소했다. 구할 가능성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미련이 정말 많아서 공연 시작하기 직전까지 포기가 안 되는데 이 날은 왜 이렇게 빨리 포기가 됐던 건지 모르겠다. 아마 양도가 좀 나왔더라면 내가 표를 못 구해도 내일 구해서 갈 수 있겠구나 했을텐데 (마치 통영처럼. 통영은 먼 거리+태풍이 있어서 티켓팅은 어려웠지만 전날/당일 양도가 꽤 됐다) 아예 양도 자체가 거의 없어서 단념했던 듯 하다. 그래서 그냥 빨리 서울에 가버리려고 10시 54분 ㅁㅁ-서울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가다보니 열차시간 상 QQ에서 내리는 게 바로 집에 갈 수 있겠더라고. 그래서 11시 반쯤 광명 도착하면 편지 찾아와서 읽고 맛있는 거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당일 꿀알바가 올라와서 지원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OO 사는 사람 중에 부산 표 양도받을 사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ㅋㅋㅋㅋ 사실 나 OO 사는 사람이 맞긴 하잖아? 그래서 직장에는 죄송하지만… 8분만에 연락이 왔지만 그새 일이 생겼다고 하고 다시 OO행 기차를 탔다. 미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항상 내 미래에 시간이 없을 것을 알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공연은 다 가자고 생각했다. 티켓 판매자가 OO역까지 나와주었고 난 바로 티켓을 받아들고 부산행 SRT에 몸을 실었다. ㅋㅋㅋㅋ 부산으로 가면서 ‘그래 이번 달에 이동도 너무 많이 했고, 프로그램 2로 두 번이나 들었으니까 춘천 표가 있으면 가고, 예당은 진짜진짜 포기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 바뀌게 되는데… (투 비 컨틴뉴드.) 부산 도착하니 3시여서 남포동 가서 씨앗호떡 먹고 (자갈치역이 더 가까움) 가보고 싶었던 용두산공원 후딱 갔다가 수영구의 ‘고옥’이라는 장어덮밥 먹고 (20분 기다리고 먹는 데 20분 컷) 근처 삼익비치멘션 가서 광안대교를 보았다. 아파트가 당연히 재건축 등의 경제적 가치는 있겠지만, 차치하고서라도 경치가 너무 좋았다.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에서 광안대교가 그냥 보인다!) 그리고 벚꽃 피었을 때 오면 진짜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산문화회관으로 이동했다. 부산 버스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버스 같다. 무슨 시간을 달리는 버스인 줄… 그리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데 버스에서 라라랜드 OST 나와서 (비록 라라랜드 안 봤지만 명곡은 명곡이니까) 기분 좋게 공연장에 도착했다. 티켓은 이미 있어서 프로그램북 사고 화장실 갔다가 안경 세척하고 ㅋㅋㅋ 자리에 착석했다. 합창석이나 박스석도 없는 공연장이어서 어쿠스틱이 너무 불안했다. 자리는 B구역 13열이었는데, OP석도 있고 중간에 한 줄 띄워서 무대랑 엄청 멀더라. 설상가상으로 렌즈를 오후 5시부터 껴서 각막에 충분한 압력이 가해지지 않았다. 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정말 제대로 안 나왔다. ㅋㅋㅋ 앞으로는 렌즈 미리미리 껴두자! 서론이 길었군.


           1부의 첫 곡은 슈만의 ‘유모레스크’이다. 처음부터 엄청 몰입해서는 쳤는데, 그래서일까? 뭔가 와닿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난 조성진이 적당히 긴장해서 감정을 100프로 안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보면서 치는 게 좋다. 자주 자기 감정에 흠푹 빠져서 치는데, 그게 음악가 본인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개인 관객인 나의 취향으로는 별로였다. 그리고 홀 어쿠스틱이 역시나 걱정했던 것처럼 별로였다. 피아노 자체의 상태는 괜찮은 것 같은데, 홀이 피아노 소리를 상당히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적지 않는 파워로 치고있는 것일 텐데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프로그램을 두 번째로 보고 있는 나에게는 색다른 소리로 다가왔던 것도 맞다.

           1부의 두 번째 곡은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였다. 아 개인적으로 이 곡 초반부는 진짜 싫었다. 특유의 음악을 느끼면서 박자 미친듯이 늘이는, 절제되지 않은 루바토를 진짜 불호하는데… 진짜 초반부에 그래서 너무 싫었다. 그리고 꼭 이렇게 늘이면 뒤에서 미친듯이 달리면서 날림으로 치게 되는데, 이 날도 역시나 그랬다. 본인은 분위기 표현하는 거고, 또 위대한 연주자니까 존중하지만 개인 취향은 아니다… 중반에 힘 실어 출 때는 거의 서서 치더라. 팔로만 힘 싣기 어려웠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대구보다는 훨씬 파워가 느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내 컨디션이 안 좋긴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안 피곤하면 이상하다. OO-QQ-OO-부산을 하루만에 했으니… 거의 400km는 되지 않을까? 인터미션 되자 마자 달려나가서 카페에서 사케라또 사서 마셨다.

           2부 리스트 소나타도 초반에는 엄청 늘여 쳐서 진짜 싫었는데… 뒤에는 (물론 좀 날려치는 건 있었지만) 폼 찾았는지 나를 통영에 버금가도록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 곡만큼은 감정이 충분하게 담겨있을 때 더 듣기 좋은 것 같다. 근데 여전히 피곤해보이긴 하더라. 확실히 하루 두 번 공연은 힘든 것 같다.

           후기를 적어보니 곡 감상에 있어서 확실히 대구 때에 비해서 쓸 말이 없다. 이번 공연만큼 공연 중에 시계를 많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왜일까? 난 감정 과잉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후기를 찾아보니 이번 공연이 미쳤다고 하던데… 엄청 몰입해서 친 건 맞는 것 같지만 난 음악가의 몰입이 좋은 연주의 충분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요관계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이번 공연도 3부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에는 확실히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폭발적인 박수소리가 환호가 일개 관객인 나에게도 벅찬 감동을 주었다. 관크도 3시때는 엄청났다는데 7시 때는 평소 정도였다. 뭐 몇 번의 플북 떨어트림 정도? 앵콜 시작 전에 손가락으로 1 표시했다는데 그건 못 봤다. 어쩄든 거의 피아노에 앉기도 전에 첫 음을 시작해서 작정하고 나왔구나 싶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였다.

           그리고 진짜 레전드는 ㅋㅋㅋ 부산역 가는 버스에서 예당 표를 구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예당은 나 스스로 단념한 것도 있지만 도저히 티켓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 초대권도 많고 중고나라 보면 항상 서울 티켓은 가격이 넘사벽이라서. 무슨 13만원짜리를 30만원에 파는지… 너무 양심없는 거 아닙니까? 어쨌든 2층 A구역 9만원에 양도받았다. 그리고 언니라서 마음도 편했다. 난 언니가 좋다. 헤헤. 여튼 이번 내한 투어 때는 어쩌다보니 프로그램 2만 세 번을 듣게 되었는데, 다른 프로그램을 듣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긴 하지만 무슨 앵콜 들을지 기대하는 재미도 있으니까. 그리고 들을 때마다 홀에 따라, 피아노에 따라 또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건 사실이니까. 수요일까지 꼭 악보 보고 예습을 다 해가야겠다.


부산 /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020 리사이틀 프로그램 2

[1부]
슈만유모레스크, Op. 20
R. SchumannHumoreske, Op.20

시마노프스키마스크, Op. 34
K. SzymanowskiMasques, Op.34
- 세헤라자데 Scheherazade
- 탄트리스의 광대 Tantris le Bouffon
- 돈 후안 세레나데 Eine Don Juan-Serenade

[2부]
리스트피아노 소나타 B단조 S. 178
F. LisztPiano Sonata in B minor, S. 178


[앵콜]
무소그르스키전람회의 그림

Mussorgsky ㅣ Pictures at an Exhibition


연주ㅣ조성진(피아노)

 

R석 1층 B구역 13열 

 

양도

주최크레디아뮤직앤아티스트
후원ㅣ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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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프로그램 < 공연·전시안내 < 공연·전시안내 < 부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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